▲ 추념사를 하는 이광현 인천보훈지청장 |
2025년 3월 26일 오전 11시 부천시 원미구 중동 소재 안중근공원에서 광복회 부천시지회 주관으로 진행된 안중근 의사 115주기 추념식이 열렸다. 당시 이 지청장은 추념사를 하며 안중근 의사의 발언 '국가를 위하여 생명을 버리는 것이 지사의 본분'을 인용했다. 이때까지는 괜찮았다.
논란의 단초가 된 것은 그 다음 발언이었다. 이 지청장은 '지금 모든 국민이 법 공부를 하는 상황이다. 정치인은 정치 잘하면 되고, 학생은 공부를 하고 월급쟁이 노동자는 일을 하며 본분을 지켜야 한다. 노동자가 정치를 해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본분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것.
현장에서는 바로 항의가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최의열 부천시의원과 진보당 소속 이종문 부천시의원 등이 "중단하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발언 중단을 요청했다. 참석자들의 강한 항의에도 이 지청장은 탄핵 정국과 관련된 정치적 주장, 왜곡된 노동 의식, 노동자 폄훼 발언을 이어갔다.
안중근 의사는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독립 영웅이자 우리 민족의 등불 같은 존재다. 부천시는 안중근 의사의 순국을 기리기 위해 광복회 부천시지회에 지원금을 보조하여 매년 행사를 개최한다.
▲ 추념사 하는 조용익 부천시장 |
조용익 부천시장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이 청장은 안중근 의사의 위대한 헌신에 경의를 표하는 공적인 자리에서 행사 취지와는 무관한 정치 개입 발언을 쏟아내며 안 의사의 명예에 서슴없이 먹칠을 했다"라고 규탄했다.
조 시장은 또 "이 청장은 탄핵 정국과 관련해 의사를 밝히거나 정치 행사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을 공개적으로 공격했는데, 이는 분명한 공무원의 정치 개입 발언이다. 공무원의 정치 참여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지방공무원법 제57조, 정당법 제22조, 공직선거법 제85조 등 현행 법률로 제한돼 있다"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발언이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이 청장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청장은 발언에 앞서 공무원 신분임을 스스로 밝히며 조심스러운 척 말을 시작했는데, 이는 분명 본인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 시장은 이 광경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본분을 다하라면서 정작 본인은 지난 36년의 공직 생활이 무색하게도 공무원으로서 기초적인 의무조차 지키지 않고 손쉽게 어겨버리는 후안무치 내로남불 행태를 보였다"라며 공식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더불어 조 시장은 "사과는 비단 부천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해당 행사를 준비한 광복회 부천시지회와 참석한 여러 내빈, 80만 부천시민, 이 땅의 노동자들 그리고 안중근 의사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 부천시 원미구 중동 소재 안중근공원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15주기 추념식 |
진보당 이종문 부천시의원은 "이 지청장의 발언은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 순국정신을 왜곡하고 훼손하는 것이며, 현재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무시하고 상당히 불손한 태도로 가르치려는 느낌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부천비상행동'은 27일 '내란수괴 윤석열 비호, 국민 무시 이광현 인천보훈지청장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지청장의 발언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의 그릇된 역사관을 보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부천시 복지정책과 정미연 과장은 "그동안 보훈지청장은 원고 내용으로 추념사를 하던 것이 관례였다. 원고도 준비하지 않는 무례한 언사에 부천시도 공식 공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지청장은 지난 3월 초 제46대 인천보훈지청장으로 부임했다. 이 지청장은 강원 평창 출신으로 강릉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9년 공직에 입문해 2019년 국가보훈처 보상정책국 생활안정과장, 2020년 강원서부보훈지청장, 2022년 서울북부보훈지청장, 2024년 강원동부보훈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인천보훈지청 관계자는 "국가보훈부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을 낼 상태이니 기다려달라"라고 밝혔다.
- 부천뉴스 정재현 대표기자(newmo68@hanmail.net)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