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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막겠다며 1조 5천억 들인 '재난안전통신망', 작동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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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이런 대규모 참사가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에 돌입했습니다.

경찰과 소방 같은 관계기관들이 하나의 통신망을 사용해서 최대한 빠르게 대처를 하자는 거였는데, 실제로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이 돼서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건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구조에 나선 소방과 해경, 해군이 다른 통신망을 써서 서로 연락을 못 하는 바람에 희생은 더 커졌습니다.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 정부는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에 나섰습니다.


[박근혜/당시 대통령(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문)]

"재난대응조직이 모두 하나의 통신망 안에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고 견고한 공조체제를 갖추도록…"


모두 1조 5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2025년까지 망 구축에 3천6백억 원, 단말기 구입비에 4천억 원, 운영비에 7천억 원 등이 들어갑니다.

행정안전부는 6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5월 개통식을 열고, 본격적인 가동을 선언했습니다.

올해 7월엔 재난 대응 기관들이 모여서 합동 훈련도 실시했습니다.

정부는 4세대 무선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한 건 한국이 처음으로,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 333개 국가기관의 무선통신망이 하나로 통합돼 실시간으로 재난 상황을 통보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겠다며 만든 재난안전통신망은 이태원 참사에서 제대로 작동했을까.

재난대응 기관들이 실제로 통신망으로 동시에 소통하며 대응했나 확인해봤습니다.

그룹통화 이름으로 용산구와 소방 등이 참여한 용산재난상황실, 서울시와 구청, 경찰, 소방 등이 참여한 서울재난상황실, 그리고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40개 기관이 모인 중앙재난상황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각 그룹의 최초 통화시간을 살펴보면 그나마 가장 빠른 것이 밤 11시 41분.

가장 빠르게 움직였어야 할 용산재난상황실은 날짜를 넘겨 새벽 0시 43분에 통화가 시작됐습니다.

이미 참사의 희생자들을 구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중앙재난상황실은 심지어 다음 날 오후 2시 38분이 첫 통화였습니다.

통화량도 살펴봤습니다.

중앙재난상황실 2초, 용산재난상황실 10초, 그나마 통화를 했다고 할 수 있는 서울재난상황실은 183초, 그러니까 3분 정도였습니다.

사실상 재난안전통신망은 이번 참사에서 작동하지 않은 겁니다.


[정태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 대규모의 혈세를 투입해서 통신망을 만들었었는데 결국 이번에 참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가동만 됐어도 이런 대규모 참사, 인명 피해는 막을 수가 있었던 거죠."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MBC 취재진에게 재난안전통신망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통신망관리과 관계자]

"일단 뭐 용산 최초의 용산이나 서울에서 이제 상황 전파를 할 때 이 통신망을 활용을 못 한 거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유에 대해선 "아직 통신망을 사용해야 할 공무원들이 교육을 받는 과정이라 숙지가 덜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MBC 뉴스 김건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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