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국가 지정, 보수 권력 핵무장론·계엄이 부른 ‘외교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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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각) “에너지부는 광범위한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전 정부(바이든 행정부)가 2025년 1월 초 한국을 이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인 ‘기타 지정 국가'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이 지정하고 관리하는 민감국가는 단계에 따라 ‘기타 지정국가(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위험국가(중국·러시아 등)’ ‘테러지원 국가’(북한, 시리아, 이란 등)로 구분되는데 한국이 여기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어떤 이유로 한국을 명단에 추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1월초에 이번 조처가 결정되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에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고 15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2023년 1월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국 내 핵무장론을 계속 주시해왔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구성해 북핵 위협에 함께 대응하기로 하고 소형모듈원자로 협력도 추진하면서 한국이 비핵화 원칙을 준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것’이라며 보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핵무장론, 핵자강론 목소리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런 가운데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이에 대한 실망감과 한국의 국내 정치 불안에 대한 우려가 민감국가 지정의 ‘방아쇠’를 당기게 한것으로 보인다.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정치인들의) 도발적인 발언들을 고려하면 한국은 핵확산 위험이 있고, (이에 따라) 에너지부는 신중하게 한국을 명단에 올렸다”며 “한국을 핵확산 민감국가로 올리게 되면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승인을 받을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정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뒤집지 않고 시행하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조처로 한미 원자력·첨단기술 협력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정국 가운데는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며 한국의 우려를 달래려 했다.
하지만 테러지원국이자 불법 핵무기 개발국인 북한과 한국이 민감국가로서 유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은 한미동맹과 한국의 위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한 단계의 제약이 시작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동맹을 명단에 넣었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는 큰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위 의원은 “미국 정보당국이 수개월 동안 검토해서 취한 조치라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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