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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받으려면 '기업 처벌 원치 않는다' 서류 써달라"라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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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장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였습니다.

뉴스에도 나갔고, 당국이 조사 중입니다.

어느 날, 회사가 남겨진 가족에게 합의서라고 종이 몇 장을 내밀었습니다.

마땅히 기대했던 사과, 책임, 보상, 약속 같은 단어는 없었습니다.

대신 합의금을 줄 테니 더 이상 추가 소송이나 민원을 제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동국제강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뱃속에 석 달 된 아기를 품은 아내는 오늘 거리로 나섰습니다.

윤수한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장 크레인을 수리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이동우 씨.

작업 도중 멈춰있어야만 하는 크레인이 갑자기 작동하면서, 순간적으로 안전 끈이 몸에 감겨 숨졌습니다.

임신 2개월 차 아내에게 '잘 갔다오겠다'고 한 남편의 말은 인사가 아닌 유언이 됐습니다.


[권금희/고 이동우 씨 배우자]

"(남편이) 이제는 정말 행복하게 살기만 남았구나 하고 산부인과에 가서 저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원청인 동국제강의 안전관리 책임을 묻고 있는 유가족들.

하지만 동국제강과 하청업체는 사고 2주 만에 예상 밖의 합의안을 제시했습니다.

1항부터 '합의금'을 언급한 사측은 "고인이 회사를 위해 공헌한 점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고려한 합의금"이라고 돈의 성격을 규정했습니다.

"사측이 이 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지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수사 대상이 된 임직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합의금을 받기 전에 내야 한다는 단서까지 달았습니다.


[권금희/고 이동우 씨 배우자]

"자기네 잘못은 다 뒷전이고 그냥 여기서 끝내자는 식의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측은 또 합의금을 지급하면 유족들이 추가적인 손해배상이나 민형사 소송, 민원 제기 등 일체의 법률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항목까지 제시했습니다.

사측의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유가족들은 동국제강 서울 본사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황월순/고 이동우 씨 어머니]

"안치실에 있는 제 아들한테, 안전을 책임을 못 줬다는 원청한테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듣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이 씨가 사고를 당한 포항공장은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정기감독에서 23건의 위반 사실이 드러나 과태료만 2천8백여만 원이 부과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국제강 측은 "거듭 송구하다"면서 "유족들에게 최대한 진정성을 담아 설명드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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