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공정 장비 통째로 중국으로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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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초임계 세정 장비는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가장 탐내는 기술 가운데 하나입니다.
삼성 측에서도 보안에 극도로 신경썼지만 전에 없던 수법이 동원되면서 허를 찔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단독 보도, 이어서 석민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초임계 세정장비의 가장 큰 특징, '물'을 쓰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반도체 초기 공정에선 기판인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고 보통은 '물'을 사용해 왔습니다.
극도로 정제한 '초순수'를 썼는데, 단점은, 그 물이 회로를 일부 훼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반도체가 미세해질수록 물로 세정하면 더 문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개발된 게, '초임계 이산화탄소' 였습니다.
세정력도 유지하면서 기판 훼손도 줄여줘, 반도체 공정의 완성도를 끌어 올려줬습니다.
삼성전자와 세메스는 당연히 최고 기밀로 보호하려 했고 개발 인력은 전직을 금지하는 약정까지도 맺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높은 보안으로 도면 훔치기나 인력 빼가기가 어려워지자, 이번에 새로운 수법이 동원된 셈입니다.
부품 협력사들까지 꾀어서, 아예 '공정' 전체를 통째로 복사하다시피 했습니다.
[최병덕/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 "세정 전후 공정은 파악이 돼야지 그 세정 장비를 사용할 거 아니에요. 세정 과정의 어느 부분은 이제 넘어간 거겠죠."]
피의자들은 독자 기술로 동일 장비를 만들었고, 그걸 중국 측에 정상 판매한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 반도체 '맞춤형'으로만 생산돼 왔던 첨단 장비를 독자 기술로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임계 세정 장비는 지난해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됐고 D램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최신 공정 전반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개발과 유출이 진행되던 2018년도만 해도 국가 핵심기술로는 미처 지정도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피의자들은 핵심기술 유출죄를 피해가고 일반 산업기술 유출 혐의만 적용받게 됐습니다.
KBS 뉴스 석민숩니다.
촬영기자 : 김재현 영상편집 : 강정희 그래픽 : 채상우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석민수 기자에게서 좀더 자세한 뒷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석 기자, 지난해에도 세메스의 기술 유출 '시도' 건, 기사화된 걸 얼핏 본 것 같은데 이 사건은 완전히 다른 사건인가요?
[기자]
이 업체, 앞서도 기술 유출 문제가 불거진 적은 있는데, 그 때는 '도면' 만 빼돌려진 것이었고 그것도 '국내' 업체로 넘어간 사실까지만, 확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죠?
장비와 공정 전체가 중국으로 넘어가다시피 했습니다.
시쳇말로 '복붙' 이라는 말이 있는데, 말 그대로 '복사해서 가져가다 붙여 쓰는' 수준으로, 빼갔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예전에는 주로 인력을 빼가는 수법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은 확실히 좀 특이해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별도의 법인을 세우고, 거기에, 우리 기술과 공정, 장비가 통째로 넘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은 '사람'을 직접 빼가는 게 더 어려워졌는데요, 기업들이 채용 계약 조건을 깐깐히 하고, 유출 당사자에게 소송 등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이제는, 협력 업체들을 포섭하는 새로운 수법으로 진화했습니다.
[앵커]
중국 정부가 이른바 반도체 굴기!
반도체 육성 정책을 펴왔는데, 혹시 이번 사건에 개입한 정황은 없나요?
[기자]
네, 그 점! 검찰 수사의 남은 과제가 될 텐데요.
아직까지는 중국 정부 차원의 개입이 있다 없다, 단정지을 수 없지만, 검찰은 배후에 대해서 여러 가능성 다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 현지의 반도체 기업 상당수는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입니다.
[앵커]
요즘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사태도 있고, 점점 이 '첨단 기술' 확보에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어요...
그럴수록 우리 기업들, 여건이 참 녹록치 않아 보여요.
[기자]
네, 국정원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간 국내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100건이 넘었습니다.
그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중국 쪽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지금 미국과 반도체 패권 전쟁 중인데요, 미국이 글로벌 기업들을 자국 내에 속속 유치하면서 중국은 독자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중간에서 우리 기술을 지켜내는 일, 더 절박한 과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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