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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전에 이걸?".. 손톱만한 금박에 '꽃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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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300년 전 통일 신라 시대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길이 3 센티미터, 손톱 두 개 정도 크기의 작은 금박에 꽃과 새를 정교한 세공술로 그려 넣었는데요.

맨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서 현미경을 통해서 들여다 봐야할 정도로 정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김정인 기자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리포트

화려하게 피어난 천상의 꽃잎들 사이로 멧비둘기 두 마리가 내려앉았습니다.

수천 번의 손길로 살아난 꽃과 새.

불과 손톱 두 개 정도 크기의 작은 금박에 펼쳐진 천상의 세계입니다.

금박의 크기는 가로 3.6cm, 세로 1.17cm, 두께도 종이처럼 얇은 0.04mm에 불과합니다.

이 초소형 화폭에,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0.05mm 선으로 한 폭의 그림을 새겨넣은 겁니다.

심지어, 수컷의 깃털은 보다 화려하게, 암컷은 꼬리 깃털을 위로 올려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8세기 통일신라시대 '금박 화조도'입니다.


[김용운/국가무형문화재 조각장 보유자]

"현대 장인으로서는 도저히 제 생각에는 재현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불가사의할 정도의 작업이 아니었나."


이 '금박 화조도'는 2016년 경주 동궁과 월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됐습니다.

당시엔 두 조각으로 쪼개진 상태에서 20m 넘게 떨어져 발견됐고, 심하게 구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존처리 과정에서 놀라운 그림이 나타났고, 두 조각이 하나라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김경열/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기적적인 출토 경위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적입니다. (처음에) 충격을 받았던 게 기억납니다. 이런 유물도 존재하는구나‥"


1,300년 전, 돋보기조차 없던 고대에 어떻게 이런 정교한 그림을 그려낸 건지, 또 이 작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입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종교적 의미를 지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정호/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인간의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는 문양이라는 점을 주목한다면 이것은 신을 위한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4년간의 보존처리를 마치고 처음 공개된 '금박 화조도'는 내일부터 일반에 공개됩니다.


MBC뉴스 김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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