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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까지 하자더니.. 코인 권한 '외국인 여사친'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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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NS를 통해서 마치 연애를 하듯이 계속 연락을 주고 받다가 돈을 뜯어내는 사기 행각이죠.

'로맨스 스캠'이라고 부르는데, 수법이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가상화폐 채굴기에 투자하라면서, 수 십명으로부터 거액을 뜯어내는 일이 벌어져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한 30대 남성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앱에서 30대 대만인 여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말로 시작된 대화는 매일 얘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외국인 여성 (녹취)]

"오늘 잘 지냈어요? 오늘 일이 너무 바빠요."


강아지와 산책하고, 저녁식사하는 사진 등을 보내는 건 물론 음성메시지도 수시로 보냈습니다.


[외국인 여성 (녹취)]

"방금 집에 도착했어요. OO, 잘 자요."


친밀감이 깊어지자 "보고싶다", "사랑한다"며 결혼까지 제안한 여성은 어느 날 자신이 부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0대 피해자]

"외제차 이야기를 계속 했어요. 외제차 포르쉐 사진하고 외제차 영상 와 있거든요."

부업해서 번 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사고 강남의 부동산도 구입하겠다고 한 겁니다.

관심을 보인 남성이 소개받은 부업은 코인거래소 투자 상품.

코인 채굴기에 투자하면 하루에 최대 2%씩 이자를 준다는 식이었습니다.

남성이 10만 원을 넣어봤더니 돈이 불어났고, 출금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30대 피해자]

"처음에 이제 소액을 넣었을 때는 인출이 잘 됐거든요. 그래서 저는 세 번 정도 출금을 해봤는데‥"

속아 넘어간 남성은 대출까지 받아 2억 원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갑자기 출금이 막히더니 거래사이트가 폐쇄됐고, 여성은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28명, 17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일부 피해자는 여성과 영상통화까지 했습니다.


[40대 피해자]

"영상통화를 했으니까요. 저는 뭐 거기(사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죠. 솔직히요."


여성이 보냈다는 사진을 확보해 취재진이 검색해봤더니, 모두 한국과 중국의 SNS에서 도용된 다른 여성의 사진이었습니다.

영상통화도, 합성된 가짜였습니다.


[한상준/변호사]

"계절별로 연도별로 사진들을 다 가져오고, 동영상 같은 경우에도 얼굴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해서‥"


가짜 코인 거래사이트는 지금도 영국의 유명 코인거래소 이름과 로고를 그대로 베껴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성을 사칭한 SNS 계정도 사진과 이름만 바꾼 채 계속 활동 중입니다.

전국에서 피해 접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고소장을 토대로 범인을 쫓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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