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퀴벌레' 취급에 최저시급 - 한국 조선업의 현실
작성자 정보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947 조회
- 0 추천
-
목록
본문
앵커
작업대는 높고, 철판은 무겁고, 용접불꽃은 뜨겁습니다.
조선소는 힘들고 위험한 일들이 많습니다.
이 일들 대부분은 하청 노동자들이 합니다.
하지만 임금은 최저시급 수준입니다.
10년을 일해도 제자리입니다.
버티다 못한 하청 노동자들은 하나 둘, 조선소를 떠나가고 있습니다.
조선 업계 불황이 길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번 파업이 어떻게 마무리될진 아직 알 수 없지만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줄여 비용 절감을 하는 이 구조에 변화가 없다면 '조선강국 대한민국'이란 표현, 계속 써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박진준 기자가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으로 8년 동안 일하고 있는 노동자.
그는 비조합원입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싶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김OO/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용접 가스라든지 잔여 먼지, 쇳가루, 그 다음 도장을 하게 되면 그 페인트, 유독 가스라든지 그런 부분들이 많고."
위험한 일들은 대부분 하청 노동자들이 떠맡습니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합니다.
에어컨은 당연히 없습니다.
[김OO/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화기라든지 가스가 있거나 하면 다른 업체들이 이제 일을 못하게 해야 하는데 빨리빨리 맞춰야 하다 보니까 전부 다 집어넣고…."
돈은 얼마나 받을까? 김 씨의 2월 급여명세서.
야근과 잔업, 휴일 특근까지 다 합해 264시간.
초장시간 노동입니다.
월급 계산은 간단합니다.
최저 시급인 9,160원에 일한 시간을 곱하면 끝.
241만원입니다.
4대보험을 공제하면 손에 쥔 건 219만 원입니다.
연봉 3천만원도 안 됩니다.
아파트 관리비, 세금, 식비, 아기 병원비, 분유와 기저귀값.
번 돈은 그대로 다 나갑니다.
월급 올려줬다는 사측의 주장에 답답할 뿐입니다.
[김OO/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2022년 올해 기준으로 최저 시급이 이제 9,100원대로 됐어요. 근데 그 인상 폭이 5% 정도 되거든요. 최저 시급에서 최저 시급으로 된 거예요. 하청 업체는 무조건 시급 아니면 일당이거든요."
열심히 버티면 좀 나아질까?
15년차 동료 반장의 월급명세서를 보니 시급 10,600원.
고작 1천5백원 더 받습니다.
[김OO/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이게 시급이에요. 자기가 비전이 있어서 나는 여기서 꿈을 가지고 살겠다 하고 오는 사람이 없는 거죠."
워낙 월급이 적다 보니 주52시간을 지키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안준호/대우조선 하청노조 부지회장]
"52시간만 일해서는 살 수가 없는 구조인 거예요. 그런데 이 52시간이 지켜지려면 임금 인상도 그에 따라서 조금 해주고 이렇게 돼야 52시간만 살아도 되는데."
파업을 바라보는 정규직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정규직들의 단체 카톡방.
하청 노동자들을 '하퀴벌레'라고 부르고, 차라리 다른 데로 다 사라지라는 말들이 오갑니다.
하청 노동자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거제를 떠나고 있습니다.
[김 씨/하청 노동자]
"'안 가면 안되겠냐, 다시 한 번 우리 잘해보자.' 이게 정상인 문화잖아요. 근데 '그래. 잘 생각했다 가서 돌아오지 마라.' 이런 말이 나오는 게 직장이 잘못된 거 아니겠습니까?"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관련자료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