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박물관 폐쇄.. '사람 잇는 역사'도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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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9·11 희생자 유족들과 미국 뉴욕 시민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9·11 헌정 박물관이 코로나 여파로 끝내 문을 닫았습니다.
박물관 도슨트로 활동해온 유족과 생존자들은 깊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뉴욕에서 이용주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심하게 뒤틀린 철제 빔과 납치됐던 비행기 창문 틀은 테러의 가공할 충격을 짐작게 합니다.
주인 잃은 가방에서는 일확천금을 꿈꿨던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을, 찢겨지고 그을린 방화복에선 더 살려야 한다는 소방관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고든 후이/도슨트 자원봉사자]
"숨진 소방관을 발견하고 2주 뒤 뒤에 다른 장소에서 방화복을 찾았다고 합니다."
뉴욕 맨해튼의 9·11 헌정 박물관은 지난 2006년 문을 열었습니다.
9·11 테러 공식 사망자 숫자는 2천 977명.
이들 중 일부의 사진이 벽면 양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희생자의 유족들과 생존자 등 350여 명이 박물관 도슨트, 그러니까 안내인으로 자원봉사를 해왔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사'라는 이 박물관의 모토를 지키기 위해섭니다.
[피터 비트윈스키/도슨트 자원봉사자]
"비행기가 북쪽 타워에 충돌했을 때 저는 69층에 있었는데요. 건물이 흔들리고 바닥이 움직여서 '곧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현지시간 17일, 그날의 흔적과 기억을 뒤로하고 박물관이 문을 닫았습니다.
코로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겁니다.
2019년 15만 명이던 방문객 숫자는 지난해 3만 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유일한 수입원이 크게 줄자 최근 2년 동안 건물 임대료도 내지 못할 정도로 운영이 악화됐습니다.
[제임스 애덤스/박물관 공동설립자]
"(시청·주정부로부터) 안타깝게도, 코로나 이후 지원 요구가 늘어나 헌정 박물관을 도와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전시품 일부는 주립 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지만 사람을 잇는 역사는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습니다.
[고든 후이/도슨트 자원봉사자]
"이 박물관에 온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 친구, 가족, 그리고 먼 훗날 증손주들에게도 말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날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요. 우리가 떠나고 나면 세상에 진실을 알릴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 MBC뉴스 이용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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