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 확인하게 속옷 사진 보내라".. 연예기획사의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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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예기획사 대표가 연습생들에게 매주 속옷만 입은 사진을 보내라고 강요한 사실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몸매를 확인하겠다는 어이없는 이유인데, 연예인이 되기 위해 기획사에 잘 보여야 했던 연습생들에게는 큰 고통이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황윤태 기자!
연습생들이 기획사 대표에게 매주 속옷 사진을 제출했다는 게 상식적이진 않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먼저 연예기획사 대표가 연습생들에게 보낸 모바일 메시지부터 보시겠습니다.
매주 화요일 속옷만 입은 채 앞·뒤·옆모습을 찍은 전신사진을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허리와 팔뚝, 종아리 등 신체 수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속바지를 입고 사진을 찍고 싶다는 연습생을 나무라며 속옷 사진 촬영을 밀어붙이는 모습도 보입니다.
인천에 있는 연예기획사 대표 A 씨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내·외국인 걸그룹 연습생 6명에게 이런 사진을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같은 색 속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2주 연속으로 보내면 같은 사진이 아니냐며 추궁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속옷만 입은 채 전신 사진을 찍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거부하는 경우는 없었나요?
[기자]
타이완 국적의 20대 연습생 B 씨는 아이돌 가수를 꿈꾸며 우리나라에 와서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B 씨가 속옷 사진을 찍어 보내지 않자 대표 A 씨는 케이팝 아이돌은 쉽게 되는 게 아니라거나, 회사를 믿지 않는 거냐고 말했습니다.
결국, B 씨는 사진을 찍어 제출했는데요.
이후 회사를 옮겨 서울의 다른 연예기획사에서 데뷔 준비를 계속하고 있지만, 혹여나 사진이 유출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당시 B 씨의 심경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B 씨 / 아이돌 연습생 : 걱정도 되죠.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그 사람이 어디에서 쓰는지 모르잖아요.]
[앵커]
이 사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는데 어떻게 알려지게 됐나요?
[기자]
석 달 동안 이어진 속옷 사진 제출은 전직 연습생이 인천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며 멈추게 됐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A 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연예기획사 사무실에서 A 씨의 스마트폰과 PC를 압수수색해 최근 분석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YTN 취재진도 직접 A 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A 씨는 남성 연습생도 사진 체크를 진행했고, 여성 연습생들도 동의를 받아 진행했다면서, 데뷔 기간을 짧게 하기 위해 마련했던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A 씨를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인데요.
A 씨 입장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연예기획사 대표 : 단시간 안에 효율을 극대화해서 데뷔를 시키자, 체형관리나 체중 관리나 신체 사이즈 관리나 그런 걸 모델 라인업계에서는 교본이 있더라고요.]
[앵커]
그런데 이 기획사 대표가 연습생 말고도 오디션 지원자들에게도 속옷 사진을 받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연예기획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대면 방식으로 오디션을 진행해 한국에 입국시키는 방식으로 연습생을 선발해 온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연습생이 되고 싶다는 해외 지원자들에게도 일부 속옷 사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걸그룹 연습생들 일부는 아프리카나 유럽, 아시아에서 넘어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고발장에는 A 씨가 다른 기획사 대표에게 지원자들의 사진을 보냈다는 내용도 있어 경찰은 이 부분도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게 정말 관행이라면 큰 문제일 거 같은데 연예업계에서 흔한 건가요?
[기자]
YTN 취재진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국내외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이 중에서는 매니저뿐 아니라 실제로 연습생들을 지도하면서 춤이나 노래, 연기를 가르치는 관계자들도 있었는데요.
이구동성으로 이런 관행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몸무게 측정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지만, 속옷 사진을 제출받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법률상으로도 불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도 최근엔 체지방량 같은 수치들을 기계로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연습생들에게 수치심을 줄 필요가 없어졌는데 속옷 사진을 매주 제출하게 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도 말했습니다.
한 연예기획사 매니저는 작은 회사다 보니 비용 부담 때문에 평균 2년 정도 걸리는 걸그룹 데뷔 기간을 단축시키려 했던 것 같다면서도 분명히 잘못된 행위라고 짚었습니다.
[앵커]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런 상황이 불법적인 행위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케이팝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발생한 현상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주목받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많아지면서, 케이팝 가수가 되고 싶다는 연습생들도 늘고, 이들을 맡아 관리하겠다고 나서는 연예기획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건데요.
특히 소형 기획사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단기간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불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과거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온 연습생 인권 문제를 표준계약서로 해결했듯, 연습생 대우나 훈련 과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사회1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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