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게 순종하고, 반문하지 말라" 내부엔 6대 지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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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새마을금고에서는 성차별만 벌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건, 저희 취재팀이 확보한 새마을금고의 지침서인데요.
'상사에게 순종하고, 반문하지 말라', 이런 황당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상황에서도 회식을 강요하는 등 갑질이 만연했다고 합니다.
고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던 지난해 10월.
주말인데도 해당 새마을금고 지점 직원들이 회식을 하고 있습니다.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하는, 11명 이상이 모인 모습도 확인됩니다.
이런 식으로 회식이 종종 소집됐는데, 집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있던 피해 직원은 불참을 희망했다가 강한 질책을 들었습니다.
[OO새마을금고 여성 직원 (제보자)]
"제가 회식에 참여 못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거기에 대해 휴대폰 던지시면서 '너 이럴 거면 회사 왜 다니냐, 그만둬라, 너 같은 것 필요없다'고…"
성차별적 지시, 회식 강요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이 거듭 되자 간부들의 폭언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OO새마을금고 지점장 (녹취)]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어처구니가. 내가 지금 여기 17년 18년 동안 근무해도 너 같은 애는 처음이다 진짜. 아주 웃긴다 너 진짜. 열 받게 진짜…"
결국 두 달 전, 피해 직원은 심한 스트레스에 응급실 신세까지 졌습니다.
[OO새마을금고 여성 직원 (제보자)]
"'너 때문에 분위기 안 좋다' 맨날 들으니까 사람이 미칠 것 같아요. 맨날 울면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그냥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다…"
당시 예정된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해 불참 사유서를 써서 냈는데, 이사장은 직장 괴롭힘을 호소한 대목에 대해 '삭제'하라고 첨삭했습니다.
강압적인 일터 분위기에 대한 불만은 다른 직원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동료 직원들 (작년 10월 회식 당시 녹취)]
"막 때리고…<어, 난 때리는 건 상관없어. 근데 돼지XX야, 돼지XX야 아이 돼지 같은 XX, 막 이럴 때…>"
하지만 문제제기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취재팀이 확보한 이 새마을금고의 지침서.
이사장이 직접 전달한 문건인데, 제목이 '직장 상사에 대한 예절'입니다.
'상사가 부르면 즉시 일어서고, 직무 외의 일을 강요하는 상사까지 알맞게 섬겨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상사가 화를 내도 성장의 영양소로 삼고, 잘잘못을 떠나 순종하는 자세를 갖자'는 구절도 있습니다.
상사가 지시할 땐 어떤 경우라도 '네'라고 답하고, 왜 그렇냐며 반문하는 걸 삼가고, 놀란 표정을 짓거나 말없이 바라보지 말라는 지침까지 있습니다.
[윤지영/직장갑질119 변호사]
"(간부들의) 권한이 굉장히 극대화돼 있고, 그 밑에 직원 수는 적으면서, 또 위계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보니까 괴롭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거죠."
이사장에게 지침을 만든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OO 새마을금고 이사장]
"만든 게 아니고 책자 다른 데 있는 걸 내가 복사해서 준 거예요. <이 내용이 충격적이라는 거예요.> 자료를 쓴 사람이 잘못이지 복사한 건 잘못이 아니잖아요. <복사해서 배포한 것도 잘못이죠. 어느 정도 이걸 지키라고 한 거니까.> 교육 차원에서 준 거예요."
다른 간부들도 피해 직원의 업무 태도와 사회성이 문제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OO새마을금고 차장]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라는 말씀은 저는 한번 드리고 싶네요. 유별나게 그분만 그랬어요."
피해 직원은 지난 6월 본점으로 발령됐는데, 본점에서도 유일한 여성 직원이라는 이유로 점심때마다 밥을 짓고 있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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