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 보장한다더니 실제론 일해라? "올 추석도 택배 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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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명절 때마다 선물 주고받으면서 서로 감사한 마음 전하곤 하는데, 정작 그 마음을 전달해주는 택배기사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명절 때 며칠이라도 쉬게 해주겠다, 정부가 약속을 했었는데요.
정작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택배기사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2미터 높이의 천장까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가득 차 있는 상자들.
운전칸 조수석까지 상자를 빼곡히 채웠습니다.
택배노동자 박상호 씨가 오후 시간에 서울 상일동 일대에 배달해야 하는 택배상자들입니다.
평소 목요일 하루 배송량이 200개 남짓인데, 오늘은 오후에만 250개를 배달해야 합니다.
대다수가 추석 선물입니다.
[박상호/롯데택배 기사]
"<이게 배‥> 네네, 맞아요. <이건 아마 생선인가 봐요.> 네, 그래서 신선식품이라고 당일날 배송해야 하는데‥"
손수레에 싣고, 팔로 끌고, 다시 양 손으로 들고, 승강기도 없는 빌라를 3층까지 오르내립니다.
뙤약볕 속에서 저희 취재진도 기사님을 1시간 반째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과일상자 한 개 드는 것도 힘든데, 이런 상자를 서너 개씩 들고 하루종일 운반해도 해지기 전에 일을 끝내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박 씨에게 반가웠던 소식은 추석연휴 하루 전, 모든 배송을 멈추고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였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명절 때마다 발생하자, 국토교통부와 택배사들이 명절을 앞두고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한편, 연휴 이틀 전부터 화물 접수를 제한하기로 한 겁니다.
[박상호/롯데택배 기사]
"같이 일했던 사람들끼리 식사도 한 번 하기로 했고요, 대부분은 아마 집에서 잘 거예요. 집안일 하거나‥"
하지만 이같은 방침이 실제로 이행된 경우는 드뭅니다.
같은 시각, 서울 서대문 일대에서 명절선물을 나르고 있는 다른 택배회사 노동자.
[로젠택배 기사]
"저는 이번이 연휴(배송업무)는 처음이라‥ <이 정도로 힘드신 줄 아셨어요?> 아니요. 생각보다 더 힘들어요."
이 회사는 당초 연휴 전날에 택배기사들을 쉬도록 하겠다고 국토부에 보고했지만, 갑자기 정상 근무하라며 지침을 바꿨습니다.
[로젠택배 기사]
"(쉬라고) 들었는데 또 바뀐 것 같더라고요. 다음부터는 쉬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는 그냥 할 것 같아요."
주요 택배회사 가운데 연휴 전날 택배 운송을 중단하도록 한 회사는 롯데택배 한 곳뿐.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다른 주요업체들은 연휴 전날까지 정상 배송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초 국토부는 연휴 전날인 8일부터 택배기사 연휴가 보장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김태완/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
"과로사 방지를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이행 점검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택배사들은 "명절 전날에도 배송 요구가 많아, 거래처 이탈 방지와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게 배송에 나서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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