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소 한국 자회사의 극비 청산문건 "치밀한 먹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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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국 기업들의 이른바 '먹튀' 논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 만든 자회사는 껍데기만 남기고 이익은 본사로 몰아준 뒤에 자회사를 폐업해버리는 건데요.
이번에는 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기업인 덴소의 한국 자회사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MBC가 이 회사의 청산 계획이 담긴 극비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먼저 차주혁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현대차에 와이퍼를 납품하는 한국와이퍼.
일본 토요타 계열의 세계 2위 자동차 부품기업 덴소가 100% 지분을 가진, 일본 회사입니다.
올해 7월 주주총회에서 청산, 그러니까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한국와이퍼의 직원은 280명.
노사가 작년 10월 고용안정협약까지 체결했는데, 불과 아홉 달 만에 갑작스러운 청산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겁니다.
[강수미/한국와이퍼 직원]
"하루아침에 그냥 회사 청산할 테니 나가라. 이 사람들이 뭘 어떻게 하겠어요. 저희는 갈 데가 없잖아요."
알고 보니 청산은 이미 2년 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0년 2월 일본어로 작성된 내부 기밀 문건.
첫 장부터 분기마다 판매량과 직원 수를 줄이고, 2024년 12월 청산한다는 계획이 등장합니다.
노동조합 현황도 분석하고, 파업에 대비한 재고 비축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장기적으로 현대차에 납품할 대체 생산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이런 폐업 시나리오를 놓고, 한국와이퍼와 덴소코리아 임원이 현대차 담당자와 대책회의도 했습니다.
극비 정보가 새지 않도록, 현대차도 보안을 지켜달라는 요청까지 했습니다.
[최윤미/한국와이퍼 노조위원장]
"현대는 당연히 물었겠죠. 이유에 대해서 덴소코리아는 설명했을 겁니다. '청산을 위해서입니다'라든지. 몰랐을 리 없을 거다."
'레인보우 인센티브 검토'라는 제목의 또 다른 극비문건.
계획대로 회사 청산에 성공하면, 42개월치 급여에 특별위로금과 성공보수까지 더해 사장에게 4억 2천8백만 원을 준다고 돼 있습니다.
상무 2명과 부장 3명에게도 2억 원에서 3억 원 정도 인센티브를 약속했습니다.
단 성공보수는 직원들을 조기 퇴직시키고, 위로금을 18개월치 월급 이내로 줘야 받을 수 있습니다.
[우원식/국회 환노위]
"아주 전형적인 '먹튀'죠. 기업이 어려워서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이미 회사는 청산하겠다. 그러면서 거짓말을 한 건데 그게 문건으로도 이렇게 다 남아 있단 말이에요."
청산 시나리오는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한국와이퍼는 와이퍼 27개 품목의 생산을 중단했고, 직원들에게 퇴직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MBC 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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