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는 기부천사?.. 유치원 이사장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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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혼한 뒤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책임을 외면하는 이른바 '나쁜 부모들', 오늘은 경기도의 한 대형 유치원 이사장에 대해 보도합니다.
법원이 유치원을 강제 매각해서라도 밀린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지만, 소송을 반복하며 시간만 끌고 있는데요.
지역사회에서의 이미지는 정반대였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원생 수가 3백 명이 넘는 경기도 오산의 한 대형 유치원.
로비에서 한 남성이 주먹을 들어 여성을 위협합니다.
주위 사람이 말리며 데리고 나가보지만, 다시 들어온 남성은 여성을 발로 걷어차 쓰러뜨리고, 신발까지 집어던집니다.
폭행을 가하는 남성은 이 유치원의 이사장.
피해 여성은 당시 총원장을 맡고 있던 부인이었습니다.
[박모 씨/아내]
"(유치원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지나가던 자동차에 치여 다리가 부러졌어요. 수술을 시키려면 60만 원이 있어야 한대요. 자기 카드를 썼다고 발길질한 거예요."
(당시 딸 일기장)
"아빠가 엄마와 할머니한테 욕을 퍼붓고 때리려 했다"
"할머니가 쓰러져 들것에 실려갔다"
[큰딸]
"너무 무서워서 방에만 있었어요. 아빠가 나가면 이제 나가고, 밖에서도 아빠 보이면 피하고."
결국 2년 뒤 부인은 이혼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유치원 이사장인 남편이 유치원을 갖되, 두 딸의 양육자인 부인에게 양육비와 위자료 등으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매달 5백만 원씩 양육비를 주다 반 년 만에 중단했습니다.
대형 유치원을 운영하며 억대의 연봉을 받고,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고급 수입차를 몰면서도 몇년 째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이사장-큰딸 통화 (지난 2018년)]
"니 엄마가 그렇게 하는데 내가 양육비 주겠니 아빠가?"
(아빠가 안 주니까 그런 거지.)
"아빠 성질 몰라? 어? 그럴수록 더 안 준다고. 그러니까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고."
교육용 재산인 유치원은 압류도 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재판 3년 만에 법원은 올해 초 유치원을 강제 매각해 양육비를 지급하라며 사상 첫 유치원 소유주 파산을 선고했습니다.
"이사장이 적은 금액도 변제하지 않는 등 갚을 의지도 능력도 없으며, 유치원만이 재산이라면 더욱 파산을 선고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한 이사장은 계속해서 파산 면책과 개인회생을 신청하며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박모 씨/아내]
"유치원을 매각을 하면 모든 빚을 갚을 수는 없겠지만 상당 부분을 갚을 수 있어요. 그런데도 안 갚으려고 하는 거죠."
양육비 지급도 유치원 매각도 거부하는 이사장은 지역에선 '기부천사'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배추 4백 포기에 사과 10박스, 마스크와 손소독제 750만 원어치 등을 기부한 주민자치회장으로, 동사무소 벽면에까지 등장했습니다.
[동사무소 관계자]
"(주민자치)위원님들 사이에서 평은 되게 좋으신 분이에요. 본인한테 얘기 들은 거는 '전 부인과 이혼하면서 송사관계 이 정도 때문에 좀 머리가 아프다'고‥"
해명을 듣기 위해 유치원을 찾아갔지만 이사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유치원 관계자]
"이사장님하고 통화하시라고요. 유치원에서 안 줬어요 양육비를? 이사장님이 안 주신 거지."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이사장은 끝내 만남을 거부한 채 전화로만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사장]
"입장이고 뭐고 찾아오지 말라고. 어디 사람같지도 않은 사람 얘기 듣고 와서는‥"
(파산선고는 불복하시는 게 맞나요?)
"하든 안 하든 찾아오지 말라고."
5년째 양육비를 받지 못한 가족은 월세 아파트를 전전하며 생활고를 겪고 있고, 큰딸은 첼로 연주자의 꿈을 접은 상태입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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