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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장님의 갑질.. 비서에게 내연녀 심부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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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사회팀 구나연 기자입니다.

지금부터 가볼 곳은 연 매출 5천억 원 규모의 한 중견 기업인데요.

이 기업의 회장이 자신의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서슴지 않고 비서에겐 가족들 일은 물론 내연녀를 위한 심부름까지 수시로 시킨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바로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도착한 곳은 부산입니다.

계열사 6곳과 주유소 14곳, 난방기지 3곳 등을 운영하는 에너지 기업입니다.

이 기업이 운영하는 한 주유소의 CCTV.

한 남성이 자신의 앞으로 달려온 직원들의 정강이를 잇따라 걷어찹니다.

잘 맞지 않자 한 번 더 찹니다.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해졌는데, 직원들은 맞으면서도 머리를 숙입니다.

지난 8월, 이번엔 사무실 내부.

같은 남성이 직원들의 보고를 들으며 음료를 마시는가 싶더니 갑자기 컵을 내던집니다.

액체와 깨진 컵 조각들이 사방에 흩어졌습니다.

책상 위에 있던 집기를 직원에게 던져 맞히는 모습도 잡혔습니다.

영상 속 남성은 이 기업의 회장인 52세 최모 씨입니다.


[업체 직원]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사람은 직원을 사람이라 생각 안 해요, 무조건 쥐어짜버리면 된다, 개·돼지 취급하는 거예요."


직원들은 아예 회장의 화풀이성 행동을 단계별로 구분해놨습니다.


[업체 직원]

"1단계는 고함만 지르는 거, 2단계는 욕 나오는 거, 3단계는 집어던지고 사람 때리고..회장님이 오늘 안 나온다 하면 완전히 그날은 그냥 막 해피데이죠."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최 회장을 수행했던 전직 비서 김모 씨.

그가 휴대전화에 저장한 업무내용에는 사적 심부름 내역이 수두룩히 적혀 있습니다.

회장의 개인차량 신규 계약 진행은 물론, '사모'와 '딸'의 차량이 적혀 있고 내부세차를 챙겨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김모 씨/전 수행비서]

"본인 차량, 사모님 차량, 딸 차량, 거기다가 세컨으로 있는 차량까지 제가 관리를 다 해야 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회장 부인이 보낸 문자를 보면, '이번 달에 실내 세차가 안 된 것 같다'며 확인해달라고 했습니다.

'사모님 골프 가방을 회장님 차에 싣겠다', '임시 운전자보험을 가입했다'는 등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해야 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 다음.

최 회장에겐 3명의 내연녀가 있었는데 그들과 관련한 심부름까지 해야 했던 겁니다.

최 회장은 김 씨에게 내연녀의 집 계약 문제를 도우라면서 돌아볼 아파트 목록을 보내줬습니다.

심지어 가전제품은 뭘 사라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김 씨는 회장의 내연녀에게까지 '픽업하러 갈 때 연락하겠다', '몇시까지 가겠다'고 수시로 메시지를 보내야 했습니다.

내연녀와 함께 먹을 음식을 사오라는 지시도 받았습니다.


[최 회장 (8월 초 통화녹취)]

"햄버거 좀 괜찮은 거, 우리는 하나로 나눠먹을테니 O과장도 하나 사 먹어. 콜라하고 음료수하고 감튀(감자튀김)도 사야 돼."


내연녀의 집 앞에서 회장을 기다리다가 시간이 늦으면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김모 씨/전 수행비서]

"그분들의 사소한 것까지 제가 다 처리를 해줘야 되죠. 픽업을 간다든지 물건을 사줘야 된다든지, 박스나 쓰레기들도 제가 치워야 되고‥ 그런 데서 제가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고."


온갖 사적 심부름까지 도맡다 보니 김 씨는 주당 80시간 넘게 일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김 씨는 최 회장이 코로나에 걸리고도 격리를 거부하며 출퇴근하고 자신에게 운전을 강제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달 월급이 한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급액 222만 원에 공제액 222만 원, 회사 측은 명목을 알 수 없는 '그외 공제'를 154만 원이나 적었습니다.


[김모 씨/전 수행비서]

"괘씸하다고 월급을 0원으로 만들어서 주라 했대요. 아무 그거 없이 그외 공제 얼마 해서 0원을 만들었더라고요."

'신뢰와 감사, 자선을 통해 조직원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이 업체.

최 회장의 각종 갑질에 대한 입장을 묻자, 업체 측은 회장과 직원 개인 간 일이라며 해명을 거절했습니다.

최 회장은 만나려고 대기하던 취재팀을 피해 저녁 늦게 잠겨있던 출입문을 통해 나왔고, 이후 해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회사 측에 김 씨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라고 지시하고, 부당노동행위 실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구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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