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엔의 치욕".. 13년 전에도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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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해오고 있는 일본 정부가, 최근 한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에게 일본돈 99엔을 보내왔습니다.
우리 돈으로 970원, 단돈 천 원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당시 가입한 후생연금의 탈퇴금이라면서 보낸 건데, 시민사회는 힘겹게 싸워온 피해자들에 대한 '악의적인 모욕'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우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44년 돈을 벌 수 있다는 일본 교사의 회유와 협박에 일본으로 끌려간 정신영 할머니.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 노동했던 정 할머니는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후생연금, 즉 노동자연금보험에 가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시민단체의 법적 투쟁이 이어졌습니다.
기록이 사라졌다며 일본 정부는 발뺌했지만 일본 시민단체가 정 할머니의 연금번호를 확인한 뒤 재조사가 이어졌고 마지못해 가입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6일 갑자기 연금탈퇴 수당이라며 99엔을 할머니에게 보내왔습니다.
당시 화폐가치를 그대로 적용해 1천 원도 안 되는 돈만 보내온 겁니다.
[정신영/강제 동원 피해자]
"애들 과자 값도 아니고 이것은 일본 사람들 똥이나 닦으라고 하시오."
일본은 13년 전에도 후생 연금 탈퇴 수당을 요구한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99엔'을 지급했다 공분을 샀습니다.
[양금덕/강제 동원 피해자, 지난 2009년]
"이 도둑놈들아. 하루속히 사죄하고 내 월급 보상해놔라, 이놈아. 내 청춘을 돌려줘라, 이놈들아."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는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소송부터 자료 확인까지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었다며 우리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국언/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왜 90세 넘으신 분들이 이렇게 힘겹게 힘겹게 일본에 도움을 요청해서 자신의 기록을 찾아야 합니까? (한국 정부는) 다른 소송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동원 해결책을 찾겠다며 일본을 방문했지만 13년 전과 똑같은 일본의 태도와 우리 정부의 방관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여전히 아픔만 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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