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조각 쌓는 각도 비틀어 ‘베일에 싸인’ 고온초전도체 원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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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학교 이길호 교수팀, 전극 이용해 고온초전도체의 비등방 초전도성 검증]
[“값이 싼 액체질소 사용 가능한 고온초전도체의 원리 확인”]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돼 전류가 흐르는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한다. 이 초전도체는 대용량의 전류를 에너지 손실 없이 보낼 수 있어 MRI,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비싼 액체헬륨을 사용하는 저온초전도체*1와 달리, 고온초전도체*2는 값이 싼 액체질소를 사용할 수 있지만 작동원리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두 조각의 초전도체를 비틀리게 쌓아 고온초전도체의 원리를 확인했다.
물리학과 이후종 명예교수·이길호 교수, 통합과정 이종윤 씨 연구팀은 산화구리 기반 Bi2Sr2CaCu2O8+x(이하 Bi-2212) 조각의 각도를 비틀어 쌓음으로써 고온초전도체의 비등방 초전도성*3을 검증했다.
같은 물질이더라도 각도를 비틀어 쌓으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물성이 나타날 수 있다. 초전도체가 아닌 두 개의 그래핀을 약 1.1도 비틀어 쌓으면 초전도성을 띠는 현상이 그 예다. 그래핀은 결정 방향과 관계없이 물성이 동일한 등방성 결정층인데, 방향에 따라 물성이 달라지는 비등방성 결정층의 경우 비틀어 쌓는 각도에 따라 물성이 더 극적으로 바뀐다.
특히 비등방성 결정 구조에서 비롯하는 비등방 초전도성은 고온초전도체의 원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주사 터널링 현미경이나 각분해능 광전자 분광기기를 통해 고온초전도체의 비등방 초전도성이 확인된 바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20여 년 전부터 전극을 이용한 전도 특성 연구로 비등방 초전도성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접합 시 온도가 800℃에 이르고, 조각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접합 계면의 결정 구조가 변형돼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에 이길호 교수팀은 반데르발스*4 비틀림 적층 조셉슨(Josephson) 접합의 전도 특성으로 산화구리 기반 고온초전도체의 초전도 방향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접합 계면의 결정 구조 변형을 막기 위해 반데르발스 힘으로 Bi-2212 결정층을 쌓아 계면에 가해지는 힘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때 불순물이 섞이거나 물질이 산화되지 않도록 공기를 차단한 상태에서 하나의 결정을 위아래 두 층으로 분리한 후 둘을 비틀어 쌓았다.
그 결과, Bi-2212 결정층을 비틀어 쌓은 고온초전도체에서 비등방 초전도성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전도 특성으로 고온초전도체의 물성을 확인한 연구일 뿐 아니라, 새로운 나노 공정을 개발한 연구라는 의의가 있다. 연구에서 구현한 미세 박리 후 적층 기법은 공기 노출에 민감한 다른 물질의 계면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길호 교수는 “비틀린 각도를 조절해 새로운 물성을 만들어 내는 트위스트로닉스(twistronics)란 분야가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비틀림 각도가 물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제어 손잡이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주로 그래핀에 관해서만 연구되었으나, 본 연구팀은 이를 초전도체로 확장해 초전도체 기반 트위스트로닉스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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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온초전도체
임계온도가 77K(영하 약 196.15℃)보다 낮은 초전도체.
2. 고온초전도체
임계온도가 77K(영하 약 196.15℃)보다 높은 초전도체.
3. 비등방 초전도성
한 물질 안에서 방향에 따라 초전도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성질.
4. 반데르발스 힘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과 달리 분자 간의 정전기적인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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